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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갑' 두르고 예술을 입다 … 30년 된 벽돌집의 변신

liberum 2 2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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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택가 골목. 규모가 큰 연립과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그곳에 최근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끄는 건물이 등장했다. '철갑을 두른 집'이다. 기와 지붕 아래 본체를 둘러싼 검은 철갑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패턴이 강렬하다. 뿐만 아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없던 마당 지하에는 갤러리로 쓸 수 있는 공간이 두 곳이나 생겼다. 지난 30년간 주택으로 살아온 건물이 새로 태어나 '제2라운드' 삶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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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빨간 벽돌집의 변신이다. 용도가 변경된 이곳은 앞으로 사무전시 공간으로 쓰일 예정이다. 1970~80년대에 지어진 집이 어디 이뿐일까. 같은 자리에서 긴 시간을 보낸 많은 주택과 건물들이 신축과 재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이 시대, 평범했던 이 양옥집의 변화는 요즘 진화하고 있는 리모델링의 한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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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이정훈씨는 설계를 맡고 "벽돌 벽과 기와 지붕을 남기며 어떤 형태와 재료로 새 감성을 담아낼지를 고민했다" 며 "이 오래된 집에 새겨진 무늬를 찾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된 기와 지붕의 물결 패턴에 화답하듯 블랙 스테인리스 패널을 삼각형과 마름모꼴로 서로 각지게 맞물리게 하며 집의 몸을 감쌌다. 섬세하게 조각해놓은 '아이언 마스크'같다.
 
스테인리스 패널에 레이저로 자른 20여만 개의 다양한 무늬는 건물 안으로 무수한 빛 조각을 수놓는다. 건축주와 건축가는 "집에 새로운 옷을 한 겹 입히니 이전보다 조금 어두워진 면도 있다. 하지만 이를 감수하고라도 뻔하고 지루한 디자인은 피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건축가 이정훈
이 주택의 변신은 재료와 디테일 표현을 탐구해온 건축가 이정훈(38 조호건축 대표)씨가 최근에 완성했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시게루 반과 자하 하디드 설계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10년 준공한 경기도 용인 보정동의 갻헤르마 주차빌딩 설계로 국내 건축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 그가 최근 매달린 작업이 '오래된 집과의 동행' 실험이다.

◇ '감각'으로 통한 CF감독 건축주와 건축가=이 건물의 디자인은 유명 CF감독인 건축주와 건축가의 만남에서 나왔다. 건축주는 오래된 집을 구입해 토지등기를 마치자마자 건축가 이정훈씨에게 설계를 의뢰했다고 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감독은 몇 년 전 신문에서 이씨가 설계한 건물을 처음 접하고 그의 작업을 눈여겨 봐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건축가가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죠. 벽돌과 스틸 등 다양한 재료의 질감, 벽돌을 쌓아만드는 패턴, 그리고 건물에 드리워질 빛의 다양한 변화까지 헤아리는 점이 제가 하는 영상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건축주의 설명이다. 촬영을 위해 해외출장을 다니며 오래된 건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고쳐 쓰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는 그는 "낡은 집은 허물지 않고 싶다. 다만 완전히 새롭게 보이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 기와·벽돌과 아이언 마스크의 만남=프랑스에서 건축재료를 공부했던 이씨는 재료의 선정과 표현방식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이전에 설계한 헤르마 주차빌딩부터 경남 남해 처마하우스, 용인 곡선이 있는 집 등에 다양한 패턴이 눈에 띄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 집에 생긴 더 큰 변화는 다른 데 있다. 경사진 골목을 따라 따라 높은 축대를 이루던 마당 지하부분을 파내 갤러리 공간을 만들었다. 건축주가 전혀 기대하지 못한 의외의 '보너스' 공간이다. 이정훈씨는 "이곳이 미래에 어떤 곳으로 쓰일 수 있을지를 상상하며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며 "이 앞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곳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논현동 주택에 앞서 35년 된 서울 구기동 주택을 리모델링 작업을 완성했다. 1979년에 지은 빨간 벽돌집이다. 아파트에만 살아온 젊은 부부가 평생 '마당 있는 집'을 꿈꿔온 어머니와 살림을 합치며 처음으로 마련한 이 주택은 절제된 디자인에 옛 지붕과 새로 쌓은 지붕의 사이 공간을 활용해 집안에 빛과 공기를 끌어들이는 장치를 한 것이 특징이다. 내부가 다소 어두웠던 옛날 집이 밝고 환한 모던 하우스로 탈바꿈했다. 건축가 이정훈씨는 "이번 작업을 하며 감성의 공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했다"며 "감성의 공간이란 비싼 재료로 마감된 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시간의 감성이 살아숨쉬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건축비평가 조성용 교수(광운대 건축과)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는 건축가의 감각과 상상력, 그리고 자신의 건축 언어로 표현하는 역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며 "논현동구기동 두 리모델링 프로젝트처럼 앞으로 한국 건축계에서 보다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이정훈=38세. 성균관대에서 건축과 철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낭시 건축학교와 파리 라벨레트 건축학교에서 건축 재료와 이론 분야를 공부했다(석사). 프랑스 파리 시게루 반·영국 런던 자하 하디드 설계사무소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2009년 조호건축을 설립했다. 대표작 남해 처마하우스, 용인 곡선이 있는 집.

①기하학 패턴의 '아이언 마스크'를 한 듯한 서울 논현동 주택. 일명 '기하학의 집'이다. 낡은 벽돌은 검은 스테인리스 패널로 감싸고 붉은 기와는 잿빛으로 새로 칠했다. [사진 남궁선 건축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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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어떻게 디자인하고 어떤 재료를 쓰느냐에 따라 감성의 차이가 크게 달라진다. 전에 시멘트와 붉은 벽돌의 담장이 가리고 있던 곳에 세련된 감각의 갤러리 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마당의 지하 공간을 활용한 것이다. [사진 남궁선 건축사진가]


 
2 Comments
homme 2014.09.24 17:30  
부럽습니다. 저런 형의 집에 살고 있는데, 고쳐보려니 자금이 많이 들더구먼요 경기가 오려면마눌 뜻대로 팔고 아파트로 갈까 합니다
리버룸 2014.09.24 23:28  
그렇게 생각이 정리되버리셨군요. 저도 예전에90평 대지의 집을 처분하기전 이래볼까 저래볼까궁리도 했었는데, 주변 집들이 다가구를 많이 짓고있어서 틀렸구나 하고 집장사에게 팔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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