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재 정선의 수성동 계곡 산책
liberum
서울시와 근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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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22:04
인왕산 아래 동네 옥인동 누각에서 점심을 먹고, 바로 옆 편의점에서 냉 커피 한캔씩을 마신후,
수성동 계곡의 산책에 들어갔습니다. 5월 하순의 찬란한 날씨였습니다. 수성동계곡은 누상동과
옥인동의 경계에 위치한 인왕산 아래 첫 계곡이었습니다. 진경산수의 대가인 정선은 어려서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고, 그가 살며 자란 곳은 바로 이 부근이었습니다.
양반 선비 가문에서 태어났으나, 가세는 빈한하였습니다. 14세의 나이에 부친을 여의고, 이웃 동네에
살던 외가의 도움으로 그런대로 생활하며 공부도 할 수 있었다고 전하지요.
제가 왔었던 2012년 2월에는 수성동계곡을 복원공사중이었습니다. 현장감독의 도움으로 안쪽 돌다리를
보고 설명들을 수 있었어요..
1971년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회색 콘크리트 건물이 가로막고 있었으나, 2009년부터 아파트
철거에 착수, 2012년 6월까지 인왕산 자락을 포함한 1만7007㎡에 소나무 등 전통 수목을 심고, 옛 정취를 살리는 공사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2012년 복원되어 가고 있었던 계곡 모습
복원된 현재의 모습
조선 후기 겸재의 진경산수화에 등장한
'물소리가 유명한 계곡' 수성동(水聲洞)
수성동 계곡 아래에 걸려 있는 돌다리는 그간 “기린교(麒麟橋)”로 소개됐으나,
정밀조사 결과 기린교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겸재 정선의 그림에도 등장하고,
도성 내에서 유일하게 원위치에 원형 보존된, 통돌로 만든 가장 긴 다리라는
점에서 약 190m에 달하는 계곡과 함께 문화재로 지정·보존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수성동 계곡에는 세종대왕의 3째 아들 안평대군이 살던 터인 비해당(匪懈堂)이
있었다고 합니다. 저 한자가 맞는지 무슨뜻인지 잘 모르지만, 부친 세종께서 지어주셨다고
하더군요. 간단한 안내글만 있을 뿐, 정확한 위치는 없었습니다.
그 옛날 인왕산의 물줄기는 크게 수성동과 옥류동(玉流洞)으로 나뉘어 흘렀는데,
이 물줄기가 기린교에서 합수돼 청계천으로 흘렀다고 합니다.
복원할 때, 수성동 계곡물은 청계천으로 흐르게 공사할 계획임을 현장감독이 말해줬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옥같이 흐르던 '옥류동 계곡'은 복개돼어 주택가로 변해버렸지만,
수성동계곡은 옛모습을 그런대로 간직하고 있어서 천만 다행이라 여겨졌습니다.
사모정 정자
너무 가물어서 계곡 수성동에는 물이 흐르지 않습니다.
왔습니다. 하얀 찔레꽃과 덜꿩나무 흰꽃이 미풍에 향내를 전하는듯, 한적한 수성동계곡 길은
더없이 좋았습니다. 인왕산 자락길도 걷고 싶었구요...가을을 약속했지만 그렇게 한 약속 지켜질
지는 실로 모를 일이지요.